"정명석에 성폭행 당한 前여친…통화 들킬까봐 영어로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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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국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77) 재판에 피해자 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피해자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설명하며 정씨 측 변호인 반대 신문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7일 오후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씨 재판을 열고 A씨(27)를 상대로 증인 신문했다. 정씨는 신도 성폭행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한 뒤 2021년 9월까지 홍콩 국적 여성 B씨(29) 등 2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28일 다시 기소됐다. 이후 여성 3명이 피해를 봤다며 정씨를 추가로 고소했다.

피해자 전 남친 "피해 사실 녹음하라고 조언" 

이날 재판에서 자신을 고소인(B씨)의 전 남자친구로 소개한 A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여자친구 B씨에게 들은 피해 상황을 4가지로 정리하며 신문에 차분하게 답했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21년 5월 중순께 B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B씨는 충남 금산군 JMS 본부에서 생활했다. A씨는 “(내가) 경찰과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피해자(B씨)에게서 들은 것”이라고 했다. B씨가 지속적인 성폭행 사실에 괴로워하자 녹음을 하라고 조언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7일 오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JMS 본부 주변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7일 오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JMS 본부 주변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법정에서 B씨를 통해 전해 들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A씨는 “(B씨가) 처음에는 친구 얘기인 것처럼 말하다가 나중에는 본인이 당한 일이라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B씨가 정명석씨를 선생님으로 부르다 자신이 추궁하자 정명석 실명을 털어놨다는 게 A씨 설명이다. 범행은 차 안과 JMS 건물 등에서 저질렀다고 한다.

"피해자 성범죄 당한 뒤 트라우마 겪어"

A씨는 B씨가 자신과 통화를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을 우려, 단 둘이 있을 때는 한국어로 말했다. 또 언니(함께 지내던 여성)가 옆에 있을 때는 주로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JMS에서 여성 신도들이 다른 남자와 대화조차 금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해낸 방법이라고 했다.

A씨는 “피해자(B씨)는 처음 내게 자신이 봤던 피해를 말하면서 그게 사랑인지 범죄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한 뒤 시간이 지나서도 트라우마를 겪고 10년간 자신이 했던 일이 헛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메이플 잉 퉁 후엔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메이플 잉 퉁 후엔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명석씨 측 변호인은 “두 사람이 호감을 갖던 시기인데 고소인(B씨)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증인에게 말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하려면 녹음 외에도 DNA(유전자)를 채취했어야 하는 데 그런 조언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정신적으로 혼란, 신고할 심적 여유 없었을 것" 

이와 관련, A씨는 “그 당시 B씨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신고할만한 심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주변 분 도움으로 신고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역시 “일반인이 그런 상황에서 그런(DNA 채취) 조언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피고인 측 증인을 불러 신문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3월 말이나 4월 초께 피고인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증인 20여 명을 신청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서 JMS 총재 정명석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홍콩 여성 메이플 모습. [사진 유튜브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서 JMS 총재 정명석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홍콩 여성 메이플 모습. [사진 유튜브 예고편 캡처]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이진동 대전지검장에게 정씨 공판 진행을 보고받고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해달라”고 지시했다. 피해자도 잘 보살피고 보호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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